전월세신고제 4년째 ‘계도만’..오락가락 정책에 혼란 가중 
전월세신고제 4년째 ‘계도만’..오락가락 정책에 혼란 가중 
  • 김다솜
  • 승인 2024.04.2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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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전월세신고제 계도기간 내년 5월31일까지 1년 더 연장
4년째 계도기간 연장에 시민단체 반발…”제도시행 실효성 낮추는 것”
ⓒ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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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월세신고제 계도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전월세신고제 계도기간은 총 4년으로 늘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임대차 3법’ 중 하나인 전월세신고제 계도기간을 내년 5월 31일까지 1년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전월세신고제는 보증금이 6000만원을 넘거나 월세가 3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계약일로부터 30일 내에 임대인과 임차인이 계약 내용을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기간 내 신고하지 않는 경우 미신고기간, 계약금액 등에 따라 4만~100만원의 과태료가, 허위 신고시 100만원의 과태료가 각각 부과된다. 

임대차 3법은 2020년 7월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바로 다음 날 시행된 다른 두 조항(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과 달리 전월세신고제는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1년 6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다만 초기에는 주로 대국민 홍보와 신고 의무화에 초점을 두고 1년간의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신고 의무만 부여하되 과태료는 부과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러다 2022년 5월, 임대차법 개정 추진 및 임대인과 임차인의 자발적 신고 미흡 등으로 계도기간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도 계도기간 종료를 앞두고 전세사기, 역전세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주택 임대차 신고제에 행정력을 쏟기보다 임대차 시장 전반의 문제점을 손보겠다면 한 차례 더 연장했다. 

이번 추가 연정 결정으로 전월세신고제 계도기간은 총 4년이 됐다. 국토부는 이번 연장에 대해 “과태료 부과에 앞서 자발적 신고 여건을 조성하고, 과태료 수준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임대차 거래 빈도가 잦고 임차인 중 주거 취약계층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현행 과태료 수준이 높다고 판단했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최대 5만원이기에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 임대차 신고제 과태료를 2만~20만원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과태료 인하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난 3년간 계도기간을 거치며 전월세신고제는 비교적 무리없이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월세 신고자료를 임대인의 과세자료로 쓰지 않겠다고 밝혀 거부감을 줄인 영향이다. 또 전세사기 여파로 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임차인의 자발적 신고도 늘고 있다. 

실제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 신고 건수는 2020년 219만건에서 2022년 283만4000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도 271만7000건으로 시행 전보다 2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거래량에서 계약 당사자의 자발적 신고가 차지하는 비율도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번 더 계도기간을 연장하고 과태료도 완화한다는 점에서 제도 시행의 실효성을 낮춰 무력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민단체 주거권네트워크는 “이번 연장 발표까지 포함하면 전월세신고제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는 네 번이나 연장된 것으로 전월세 신고제 도입 후 4년 동안이나 방치하는 셈”이라며 “과태료 인하는 주거취약계층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제도시행의 실효성을 낮춰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전세사기 사태에서 드러났듯 임대인과 임차인의 정보 격차는 실로 엄청나다”며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차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투명 임대차 거래 관행을 확립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하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임대차 시장 전반의 문제점을 해결할 의사가 있다면 다른 일을 할 것이 아니라 전월세 신고제부터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